홈페이지를 여러 번 만들며 바뀐 판단 · 1화

AI가 써주는 블로그라면 계속 운영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글을 계속 발행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워드프레스와 n8n을 연결해 콘텐츠 제작 전 과정을 자동화했던 첫 시도를 돌아본다.

2026년 9월 11일

2008년 처음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한 목적은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과 경험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의 아내와 처음으로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사진과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다. 하지만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글도 아니었고 얼굴이 그대로 나온 사진도 많아서 비공개로 두었다.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비공개로라도 올리려 했지만 그마저 점점 잊혔고, 사진만 컴퓨터에 쌓여 갔다.

시간이 흘러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저녁에 외식하고 여행도 자주 다니니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기억으로는 세 달가량 운영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블로그가 하나의 일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기대했던 만큼 방문자는 늘지 않았고, 보여주기 위한 내용과 내게 별 의미가 없는 글이 쌓였다.

‘내가 이걸 왜 하려고 했더라?’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성과는 지지부진했고 운영은 어려웠다. 고민 끝에 그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기로 하고 블로그 운영을 접었다.

한동안 블로그를 잊고 지내다가 2023년경 n8n 워크플로우 자동화 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n8n이 무엇인지, 워크플로우 자동화가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AI를 이용하면 개발자만 할 수 있었던 일을 일반인도 할 수 있다는 교육 문구에 끌려 신청했다. 교육을 들으며 떠올린 생각은 하나였다.

AI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나도 원하는 것을 직접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교육 이후 AI로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볼 수 있었고, 개발자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결과물을 직접 만들고 나니 재미있어졌다. 그래서 따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강의에 나온 샘플 프로젝트를 하나씩 만들어보다가 수익화할 수 있는 내 프로젝트도 준비했는데, 그중 하나가 ‘AI로 자동화된 블로그를 만들어 수익화하기’였다. 이를 위해 블로그 자동화 강의도 추가로 듣기 시작했다.

AI Agent와 n8n을 활용한 블로그 자동화 온라인 강의의 학습 진행 화면

AI Agent와 n8n을 활용한 블로그 자동화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샘플 프로젝트를 따라 만들었다.

네이버나 티스토리 같은 기존 블로그가 아니라 내 사이트를 만들고, 그 안에서 콘텐츠 생성을 자동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온라인 강의에서 배운 방식이 워드프레스 자동화였다는 영향도 컸다. 당시에는 플랫폼을 폭넓게 비교하기보다, 배운 방법을 이용해 자동화를 구현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처음 블로그를 만들 때부터 내가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또렷했던 건 아니다.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 ‘글이 계속 만들어지고 발행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더 관심이 있었다. 키워드 선정부터 자료 조사, 원고 작성, 이미지 준비와 게시 설정까지, 글 한 편이 나오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이 과정을 자동화하면 블로그를 계속 운영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2025년 가을, 그렇게 시작한 첫 블로그 사이트는 짧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모아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블로그였다. 이름은 ‘이야기 보따리’로 지었다. 실화, 미스터리, 역사처럼 주제를 나누고 글 목록과 개별 글을 보여주는 워드프레스 테마를 직접 구성했다. 모바일 화면과 카테고리를 정리하고 조회수, 공유 버튼, 검색 노출을 위한 기본 설정도 하나씩 갖췄다. AI로 본문에 맞는 이미지도 만들어 넣었다.

백업된 워드프레스 테마로 복원한 이야기 보따리 메인 화면

워드프레스 테마와 이미지를 포함한 메인 화면. 당시 게시글 데이터는 남아 있지 않아 카드 제목과 날짜는 대표 문구로 재구성했다.

키워드 하나에서 발행 직전까지 연결했다

자동화 도구로는 교육에서 처음 접하고 온라인 강의로 여러 워크플로우를 만들어 본 n8n을 사용했다. 무엇보다 이미 사용법을 배운 도구였고, 당시 내가 알고 있던 범위에서는 비용 부담 거의 없이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선택지였다.

내가 만든 것은 키워드를 넣으면 AI가 곧바로 글 한 편을 내놓는 단순한 흐름이 아니었다. 키워드가 들어오면 먼저 여러 콘텐츠 주제로 확장하고, 각 글의 검색 의도와 대상 독자를 정리하도록 했다. 여기서 나온 결과를 다음 단계로 넘겨 외부 검색 서비스로 자료를 조사하고 글의 구성을 만들었다. 본문은 두 단계로 나눠 작성했으며, 글에 들어갈 이미지는 별도의 AI 작업으로 생성했다.

원고가 완성된 뒤에도 할 일은 남아 있었다. 웹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본문을 바꾸고 제목과 설명, 주소에 사용할 문자열, 카테고리와 태그를 정리했다. 그렇게 준비된 글을 워드프레스 초안으로 전달한 다음, 처리 상태와 결과를 다시 관리 도구에 기록했다.

전체 흐름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랬다.

키워드 입력 → 주제 확장 → 자료 조사 → 글 구성 → 본문 작성 → 이미지 생성 → 검색 노출 정보 작성 → 워드프레스 등록
키워드 조사부터 글쓰기와 이미지 생성, 워드프레스 등록까지 연결한 n8n 워크플로

기획과 조사, 본문·이미지 생성, SEO 정보 작성과 워드프레스 등록을 연결한 당시 n8n 워크플로우.

처음에는 아는 것이 없어서 온라인 강의에서 설명한 방식을 따라갔다. 그러다 직접 만들기 시작하니 ‘이것도 필요한데?’, ‘이건 어떻게 연결하지?’, ‘이 기능까지 포함하면 더 낫지 않을까?’ 같은 질문이 계속 생겼다. 하나씩 추가하다 보니 워크플로우는 예상보다 복잡하고 세밀해졌다.

지금 다시 봐도 단순한 글쓰기 자동화라고 부르기에는 범위가 컸다. 하나의 AI에 글을 부탁한 것이 아니라 기획, 조사, 작성, 이미지와 발행을 각각 나누고, 앞 작업의 결과를 다음 작업이 이어받도록 만들었다. 어느 글이 준비 중이고 어느 글이 끝났는지 알 수 있도록 작업 상태도 따로 저장했다.

사이트보다 먼저 운영 방식을 만들고 있었다

당시 나는 블로그를 계속 운영하려면 주제 선정부터 발행까지 반복되는 작업을 줄여야 하고, 그 경로를 자동화하면 운영을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워드프레스가 글을 담아 보여주는 역할을 맡았다면, n8n은 그 안을 계속 채우는 생산 라인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 사이트와 자동화 흐름은 모두 구현됐다. 홈페이지에는 카테고리와 글 화면이 생겼고, 자동화는 입력된 키워드를 받아 조사와 작성 단계를 거쳐 워드프레스에 전달했다. 적어도 ‘글을 만드는 과정을 어디까지 자동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꽤 구체적인 답을 만든 셈이었다.

기획부터 시작해 하나씩 만들고 수정하고 보완하는 일을 약 두 달 동안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좌절하고 고민하기를 반복했지만,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무척 컸다.

AI를 활용하면 내가 원하는 것들은 만들 수 있구나.

무언가를 만드는 일 자체가 이렇게 즐거웠던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다. 회사 업무가 끝난 뒤 집에서 작업했고 주말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에 썼다. 자동으로 결과가 나오는 모습을 보는 일이 유난히 즐거웠다. 당시 계산으로는 이미지 생성과 AI 글쓰기 비용을 합쳐 글 한 편을 발행하는 데 약 300원이 들었다.

다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내가 먼저 확인한 것은 시스템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지였다. 자동으로 만들어진 글이 내가 계속 남기고 싶은 글인지, 독자가 읽었을 때 누구의 판단과 경험이 담겼다고 느낄지는 그다음 문제로 남아 있었다.

자동화는 글을 발행하는 수고를 줄이는 데에는 답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작동하는 생산 과정과 계속 운영하고 싶은 블로그는 같은 것이 아니었다. 시스템은 완성됐지만, 문제는 그다음에 드러났다.